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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주말의 창전동 프레스코.

글쓴이: 윈디  |  날짜: 2009-06-05 조회: 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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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모종의 거시기로 빚(?)을 좀 지워둔 게 있어서. 주말에 친구 하나가 자취방에 잠시 내려올 때 뜯어먹었다.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크림소스 크림소스 노래를 부르고 있던 터라 미스터피자라도 찾아가서 피자 시켜두고 까르보나라 시켜서 먹을까... 하던 게 막상 때 되니 시내에서 미스터피자 찾기가 귀찮아져서. 그냥 눈에 보이는 프레스코로 직행.

까르보나라랑 해물스파게티, 화덕 피자를 간단하게 주문했다. 언제나처럼 화질 안 좋고 초점 안 맞는 폰카이니만큼 사진에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풍요로운 주말의 창전동 프레스코.
에피타이져로 주는 빵. 보통 올리브오일에 발사믹 식초라도 띄워서 곁들여 주는 게 보통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딴 거 없더라. 뭐 스파게티 소스가 넉넉하게 나올테니 찍어먹으면 되지만서도. 그럼에도 빵을 남겼던 이유가 뒤에 나온다.


풍요로운 주말의 창전동 프레스코.

풍요로운 주말의 창전동 프레스코.
내가 시킨 까르보나라. 크림소스에 베이컨이라는 무난한 고소함이 좋다.
사실 크림소스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지만 해월리나 오천리 마트에 뭘 바라겠는가.


풍요로운 주말의 창전동 프레스코.
친구가 시킨 해물 스파게티. 주로 들어 있는 건 문어.
기본 베이스는 토마토 소스에 약간 매콤했던가 어쨌던가(무성의).


풍요로운 주말의 창전동 프레스코.

풍요로운 주말의 창전동 프레스코.
이게 그 살면서 말로만 들었던 화덕 피자라는 놈이다- 라는 기분으로 봤다. 빵은 확실히 보통 생각하는 피자보다 훨씬 얇고 바삭바삭하며, 그만큼 치즈 층도 얇고 부실하다(...).

바삭바삭하니 맛은 괜찮았는데 역시 내 입에는 또띠아에 토마토소스 발라 구운 것처럼 느껴져서. 친구는 이정도면 담백해서 좋다- 라고 평하는 걸 보면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너무 헤비한 맛을 추구해온 건 아닐지. 그러고보니 8조각 중 내가 먹은 세 조각엔 모두 브로콜리가 올라 있었는데 무언가의 알 수 없는 조작이 가해진 음모를 느꼈다나.

입구 들어갈 때 예전에도 프레스코 한 번 가 봤다는 친구가 말하길 꽤 미묘한 곳이었다고 하고, 주문한 스파게티가 나와서 각자 맛을 볼 때도 "내가 알고 있는 프레스코 그대로의 맛이라 좀 슬퍼" 라고 할 때쯤엔 나도 그 미묘함을 알 수 있겠더라. 내 까르보나라고 친구의 해물 스파게티고 싱겁기 이전에 밍밍하고, 담백하기 이전에 묽다. 어느 정도냐 하면 소스라 쓰고 국물이라 읽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 그나마 내 까르보나라가 크림소스의 천성(?)이라고 해야 할까, 기본 스탯이 있는 바람에 그나마 먹을 만하다면 해물 스파게티는 그 밍밍함과 묽음이 극에 달해서 부조화의 끝을 달린다. 듬뿍 들어있던 문어는 꼬들꼬들하니 좋았지만 그나마 밑간도 안 되어 있는 게 소스와는 어찌 그리도 따로 노는지.

사실 맛 자체보다 다른 쪽으로 분위기라고 할까 그런 쪽에 적당히 만족을 한 지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돈 쓴 게 아니라 미묘하다 싶어도 크게 와닿는 불만이야 없었다지만 제 지갑 비운 친구놈은 어떨지'ㅂ' ...라기보다도 다시는 "프레스코 안 온다, 혹여 여자친구가 프레스코 빠라도 여긴 안 온다", 라고 엄포를 놨었지.
어쨌든 헤비한 거 좋아하는 내 싸굴싸굴한 입맛엔 까르보나라도 피자헛 쪽이 마음에 들었고, 피자 같은 경우 담백하고 또 다른 맛이 있긴 하지만 여기보다 잘하는 화덕피자 전문점도 많을 테니 굳이 피자 맛보러 프레스코 찾을 필요는 없을 듯.

뭐 다른 지역 프레스코는 어떨지 모르긴 하지.
이천시 시내가 원체 피자헛이고 미소야고 그모양 그따구니 말이쟤.

아아, 근데 실컷 이렇다 저렇다 불만만 늘어놓곤 이런 말해도 설득력 없겠지만.
뭐, 저는 만족했습니다'ㅂ' 잘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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