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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푸드 레스토랑 '보노보노' 삼성점 이준호 점장 |
[이허브] “쓰레기통에 버려진 생선조각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았습니다.”
씨푸드 레스토랑 점장 이준호(보노보노 삼성점, 36세)씨는 일본에 초밥요리를 배우러 갔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월평균 10억원의 매출을 낼 정도지만 손님의 입맛을 잡기 위해 그가 펼친 노력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보노보노 삼성점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4년 전, 신세계푸드 최병렬 대표는 씨푸드 레스토랑인 보노보노 오픈에 앞서 이준호 점장을 기술 제휴중인 일본 초밥 전문기업 '치요다 스시'에 보냈다.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자신의 핵심 기술을 쉽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버려진 생선조각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식자재도 종류별로 모조리 적고, 일본 초밥의 냄새와 촉감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죠."
초밥은 무엇보다 '밥 맛'이 좋아야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쓰는 쌀 품종에서부터 식초배합, 밥 짓는 시간, 온도 등을 알아내기 위해 그는 무려 1년 동안 품을 들였다. 남들이 보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생선조각 사진과 휘갈겨 쓴 메모를 보고 또 봤다.
일식 요리를 전공하지 않아 배우는 시간도 남들보다 더디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덕택에 초밥 본고장의 맛을 한국서 재현할 수 있었다. 초밥 매니아들은 이제 보노보노에서 이 점장만 찾는다.
"일본에서 우리가 만든 요리를 신메뉴로 파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보통 생선 맛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양념을 따로 하지 않는 일본인들에게도 한국식 양념을 한 우리 초밥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998년 IMF로 취직이 어려운 시절, 그는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힐튼호텔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200여명의 학생 중 딱 한명의 신입 요리사를 뽑는데 그가 뽑혔다. 채용 전, 한 달의 실습기간 동안 열심히 한 그의 모습을 호텔 측에서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6시 출근이면 새벽 2시부터 나와 식자재를 준비했고, 오후 1시 퇴근이면 밤 10시까지 남아 주방 일을 도왔습니다. 한 달 사이 체중이 30kg이나 빠질 정도였죠."
당시 100kg이 조금 넘었던 그의 몸무게는 70kg가 되어 있었다. 힐튼호텔에서 CJ제일제당과 현대종합상사를 거쳐 2006년 현재의 신세계푸드에 입사했다.
그가 입사 할 무렵 씨푸드 레스토랑 사업에 진출하려는 신세계푸드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입사 이전부터 그는 씨푸드 요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직이 새로운 기회가 된 셈이다. 맛뿐 아니라 믿고 먹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도 성공했다.
"요리공간을 칙칙한 주방에서 외부로 공개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게 손님들과의 '소통'으로까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보노보노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개념을 도입해 손님들과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방장 테이블은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레스토랑 한 가운데에 마련한 것도 이때문 입니다."
그의 레스토랑은 환한 조명으로 생동감이 넘쳤다. 이벤트 존이 따로 있어 대형 참치를 손님이 보는 앞에서 해체해 부위별로 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점장은 테이블을 돌며 손님들과 얘기 나누는 것을 요리의 연장선상으로 여긴다. "저보다 음식과 맛에 대한 지식이 많은 분들도 있고, 솔직하게 평가를 해주는 분들도 많아 메뉴가 새로 나올 때마다 직접 물어 봅니다."
발로 뛰며 고객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그로 인해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은 음식을 즐기며 소통하는 즐거움도 함께 얻어 간다.
이 점장은 얼마 전 가격대를 낮춘 세컨드 브랜드 '보노보노M'도 관리하고 있다. 주머니가 얇은 젊은층에 자신의 입맛을 전하고 젊은 세대 취향도 새로 개발하는 메뉴에 반영하기 위해서다.